Miniature * II



 Miniature II


*


72.7 x 60.6 / oil on canvas / 2011



    



분재가 된 풍경, 풍경이 된 분재


분재는 자연의 축소판으로, 비교적 짧은 세월 동안 자연의 풍경을 재현한다.
인공적인 배양기술을 사용해 우거진 숲, 고산 절벽을 연상시키는 등 다양한 기교와 창의력을 발휘해 여러 가지 수형을 구성하여 작은 분에 창출하며 동양의 산수화를 실제에 옮기듯 이 작은 식물이 보여주는 외형적 변모에서 자연과 장대한 시간에의 경외를 논할 수 있다.

18세기 후반까지 서구미술은 자연의 모방이란 전통을 유지해왔으며, 자연을 이미지로 대변하는 정물화의 개념은 화가가 성취해야 할 기술적 덕목을 의미하며, 이런 태도는 한국미술교육의 틀의 원형이기도 하다.
당시 화가에게 주어진 의무가 가장 아름다운 자연, 의미 있는 대상을 모방해야 하듯이 동양 미술의 근본 역시 생명의 근원과 질서를 중심으로 한 산수, 화조, 영모화가 발달하였으며, 이를 대변하듯 한, 중, 일의 조경도 도교 사상이 녹아 있는 신선(神仙)의 땅을 재현한다.

즉 고전주의가 원하는 모방의 사상 속엔 '이데아'를 좇는 인간 본성의 욕망이 자리를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실내배경과 선 원근법 등 실제 크기를 짐작할 만한 단서들을 최소화함으로써 현실을 벗어나는 듯한 탈 공간성을 도출하여 감상자에게 존재에 대한 사유(思惟)의 풍경화를 보여주려 하였다. 
화분 속 인공조경과 실제의 자연풍경, 풍경과 정물, 현실과 초현실, 동양회화와 서양회화의 미학을 한 화면에 아우르고 싶었으며, 자연을 모방한 인공물을 평면 속에 재구성하여 다시 재현함으로써 인공화된 자연의 개념과 자연을 지배하고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철사로 치감아 만든 인공적인 모양새의 나무들은 이상적 자연의 재현을 목표로 꾸며진 것이지만, 생명과 자연에 대한 소유는 인간이 온전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 뿐임을 환기하며 아름다운 산의 진경을 모방한 인공 정원의 가산은 드높은 이상향, 즉 가치의 소유에 관한 문화적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는 오늘날의 녹색혁명과 같이 현대문화에서 나타나는 지나친 그린 페티시 또한 이러한 이상과 가치를 반영하는 욕망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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